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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A to Z/심혈관 질환

생명의 줄, 대동맥의 위협: 대동맥류와 박리, 증상 인지부터 생존율 높이는 치료와 예방

by healthybodyproject 2025. 5. 3.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인 대동맥은 심장에서 온 혈액을 온몸으로 공급하는 생명의 통로입니다. '대동맥 질환(Aortic Disease)'은 이러한 대동맥에 발생하는 다양한 병변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며, 주로 대동맥 벽의 약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동맥류(Aortic Aneurysm)'와 대동맥 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가 대표적입니다. 대동맥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진행될 경우 파열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따라서 대동맥 질환의 종류, 위험 요인, 증상, 그리고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가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1. 생명의 통로에 드리운 그림자, 대동맥 질환이란 무엇인가?

대동맥 질환은 흉부와 복부를 지나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동맥인 대동맥에 발생하는 모든 병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대동맥 벽은 내막, 중막, 외막의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이 벽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대동맥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대동맥류 (Aortic Aneurysm): 대동맥 벽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태입니다. 주로 복부 대동맥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흉부 대동맥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동맥류 자체는 초기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이 증가합니다.
  • 대동맥 박리 (Aortic Dissection): 대동맥 벽의 내막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중막으로 흘러 들어가 대동맥 벽이 여러 층으로 분리되는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극심한 흉통이나 등 통증을 유발하며,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망률이 매우 높습니다.
  • 대동맥 벽 내 혈종 (Intramural Hematoma): 대동맥 벽 내에 출혈이 발생하지만, 내막 파열 없이 중막 내에 혈액이 고이는 상태입니다. 대동맥 박리와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박리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 대동맥염 (Aortitis): 대동맥 벽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이나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관 협착이나 폐쇄, 동맥류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대동맥 협착 (Aortic Coarctation): 선천적으로 대동맥의 특정 부위가 좁아지는 질환입니다. 고혈압, 하지 허혈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수술이나 혈관 확장술로 치료합니다.

본 글에서는 가장 흔하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대동맥류와 대동맥 박리를 중심으로 다루겠습니다.

 

2. 대동맥을 약화시키는 다양한 위험 요인

대동맥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고혈압: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높은 혈압이 지속적으로 대동맥 벽에 부담을 주어 약화시키고 동맥류 발생 및 박리 위험을 높입니다.
  • 동맥경화 (Atherosclerosis): 콜레스테롤과 같은 물질이 대동맥 벽에 쌓여 혈관이 딱딱해지고 탄력을 잃게 되어 동맥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 유전적 요인: 마르판 증후군(Marfan syndrome), 로이스-디에츠 증후군(Loeys-Dietz syndrome), 혈관형 엘러스-단로스 증후군(Vascular Ehlers-Danlos syndrome) 등 특정 유전 질환은 대동맥 벽을 약하게 만들어 동맥류 및 박리 발생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흡연: 흡연은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탄력을 잃게 하며 동맥경화를 촉진하여 대동맥 질환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 고령: 나이가 들수록 대동맥 벽의 탄력이 감소하고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동맥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 남성: 여성보다 남성에서 대동맥류 발생 빈도가 더 높습니다.
  • 대동맥 판막 질환: 특히 이엽성 대동맥 판막(bicuspid aortic valve)과 같은 선천성 대동맥 판막 이상은 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 대동맥염: 염증으로 인해 대동맥 벽이 약해져 동맥류나 박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외상: 드물게 교통사고와 같은 심한 흉부 외상으로 인해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침묵 속의 위협, 때로는 격렬한 고통, 대동맥 질환의 증상

대동맥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동맥류가 커지거나 박리가 발생하면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대동맥류의 증상:
    • 대부분 무증상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크기가 커지면서 주변 조직을 압박하여 흉통, 복통, 요통, 쉰 목소리, 삼키기 어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드물게 파열 직전에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대동맥 박리의 증상:
    • 갑작스럽고 극심한 흉통 또는 등 통증: 칼로 찢는 듯하거나 찌르는 듯한 매우 심한 통증이 갑자기 발생하며, 통증 부위가 이동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 호흡 곤란, 식은땀,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박리 부위에 따라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뇌졸중 증상, 흉막 삼출, 심낭 압전 등의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동맥 박리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며,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4. 생명의 시그널을 포착하는 정밀 진단

대동맥 질환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 병력 청취와 함께 다양한 영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 흉부 및 복부 X선 검사: 대동맥의 확장 여부를 간략하게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심장 초음파 (Echocardiogram): 주로 흉부 대동맥 질환 진단에 유용하며, 대동맥 판막 질환 동반 여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흉부 초음파(TTE)와 경식도 초음파(TEE)가 있습니다.
  • 컴퓨터 단층 혈관 조영술 (CT Angiography, CTA): 대동맥류의 크기, 위치, 형태, 주변 혈관과의 관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동맥 박리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검사입니다. 조영제를 사용하여 혈관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자기공명 혈관 조영술 (MR Angiography, MRA): CT와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며, 조영제 부작용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대동맥 조영술 (Aortography): 카테터를 대동맥에 삽입하여 조영제를 주입하고 X선 촬영을 하는 침습적인 검사로, 혈관의 세밀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CTA나 MRA로 대체되는 추세입니다.

 

5.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최신 치료법

대동맥 질환의 치료는 질환의 종류, 위치, 크기, 환자의 상태,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 대동맥류의 치료:
    • 경과 관찰: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는 경우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크기 변화를 관찰합니다.
    • 개방 수술 (Open Surgical Repair): 복부 또는 흉부를 절개하여 늘어난 대동맥 부위를 인조 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입니다. 비교적 침습적이지만,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표준적인 치료법입니다.
    •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 (Endovascular Aneurysm Repair, EVAR/TEVAR):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여 스텐트-그라프트를 동맥류 부위에 설치하는 minimally invasive 시술입니다. 개복 수술에 비해 회복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대동맥 박리의 치료:
    • 내과적 치료: 혈압 조절, 통증 관리, 심박수 조절 등을 통해 대동맥 벽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합병증을 예방합니다. A형 박리(상행 대동맥 박리)의 경우 응급 수술이 원칙입니다.
    • 외과적 치료 (수술): 찢어진 대동맥 부위를 인조 혈관으로 치환하거나, 파열 위험이 높은 부위를 보강하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박리 범위와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방법이 결정됩니다.
    • 혈관 내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 (TEVAR): B형 박리(하행 대동맥 박리)의 특정 경우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대동맥 질환은 치료 후에도 재발이나 다른 부위의 질환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6. 건강한 대동맥을 위한 생활 습관과 관리

대동맥 질환의 발생 위험을 줄이고, 이미 진단받은 경우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와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 엄격한 혈압 관리: 고혈압은 대동맥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므로, 혈압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약물 복용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해야 합니다.
  • 금연: 흡연은 대동맥 벽을 손상시키고 질환 진행을 악화시키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 건강한 식단 유지: 염분 섭취를 줄이고, 과일, 채소, 통곡물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혈압 조절과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운동은 대동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
  • 적정 체중 유지: 비만은 혈압 상승과 동맥경화 위험을 높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정기적인 검진: 대동맥 질환의 위험 요인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대동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대동맥 질환 진단을 받은 경우,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유전 상담: 마르판 증후군 등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유전 상담 및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동맥 질환은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그리고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